보도자료

[2022.11.14] 에스비비테크 "하모닉 감속기 개화는 시간 문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01.05 10:59
  • 조회수 : 3,971


로봇은 이미 우리 삶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실제 사람처럼 구현한 직립 보행 로봇이 아니더라도 가정이나 산업 등 사회 전반에 녹아들어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보다 정교하고 다원화된 로봇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일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감속기 시장이 주목받는 추세다.

감속기는 단순히 모터의 출력만으로 정확한 제어가 어려운 로봇을 감속시켜 정밀한 동작을 수행토록 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 데뷔한 '에스비비테크'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에스비비테크는 톱니 간 간섭 현상을 없앤 독자 치형 기술로 국내 감속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절삭유 냄새 물씬, 분주한 '톱니 깎기' 현장

지난 4일 오전 10시쯤 찾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의 에스비비테크 본사는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화도로 이어지는 48번 국도를 옆에 끼고 고지에 자리를 잡았다. 사무동으로 쓰는 본 건물과 이를 마주보는 기역(ㄱ)자 형태의 베어링 제조 공장으로 이뤄졌다.

사무동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구 경비실의 엄격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정종삼 경영기획팀 책임매니저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향후 추가 인력 채용, 대기업과의 협업 등을 고려해 현재 신규 부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 입구 전경./ 사진=더벨


로비에선 약하게 화학약품 냄새가 풍겼다. 냄새의 정체는 철을 깎을 때 발생하는 마찰열을 줄여주는 절삭유라고 했다. 사무동 건물은 가로길이가 세로 보다 긴 직사각형 건물로, 1층은 공장으로 사용 중이었다. 여기선 에스비비테크의 주력 제품인 로봇 감속기를 생산하고 있다. 윗층은 일반적인 업무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감속기 공장도 세부적으론 두 개의 서로 다른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입구를 기준으로 좌측은 '감속기 가공실', 우측은 '감속기 조립실'이다. 가공실에선 둥근 모양의 철에 일일이 톱니를 새기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반대편 조립실에선 완성된 기어에 여러 부속 부품을 결합해 최종적으로 감속기를 만든다. 고객사 별로 제품 설계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조립실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셀 단위 구조로 배치돼 있다. 한 사람이 제품 조립 전 과정을 담당하는 형태다.

에스비비테크 감속기 가공실 전경./ 사진=더벨


가장 중요한 감속기 가공실엔 대형 장비들이 늘어서 있다. 방문 당일 구동되고 있던 장비는 총 3대로 모두 스카이빙용 장비다. 진한 녹빛 장비 2대는 일본, 나머지는 스위스에서 들여왔다. 스위스산 장비는 작년 연말 새롭게 매입했다. 기존 일본 장비 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대신 장비 가격은 대당 10억원으로 4~5억원 수준의 일본 장비 보다 비싼 편이다.
 

정상규 감속기생산실장이 4일 에스비비테크 본사에서 감속기 핵심 부품인 외치와 내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더벨


정상규 감속기생산실장은 감속기의 핵심은 기어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어는 톱니를 새기는 위치에 따라 외치와 내치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지름이 길고 크기가 큰 기어는 안쪽(내치)에, 지름이 짧고 크기가 작은 기어는 바깥쪽(외치)에 치형이 생긴다. 이 톱니가 서로 맞물리며 모터의 회전을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독자 치형 설계 기술 확보, 신규 고객 확보에 주력

에스비비테크는 최근 시장의 러브콜에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산업계 곳곳 로봇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감속기를 문의해 오고 있는 것이다. 에스비비테크 COO(최고운영책임자)인 송진웅 운영총괄부문장은 "감속기 개발을 의뢰하는 인바운드 콜(고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잠재 고객을 실제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작년 연말 에스비비테크가 새롭게 매입한 스위스산 감속기 제조 장비./사진=더벨


독자적으로 확보한 치형 설계 기술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2018년 에스비비테크가 송현그룹에 편입된 후 새롭게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영입한 김형모 연구소장이 기술 개발 기반을 닦았다. 김 연구소장은 글로벌 감속기 시장 1위 업체인 일본의 '하모닉 드라이브' 등 총 25년의 유관 업계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그가 합류한 후 2세대 감속기 개발에 성공했다.

송 부문장은 "김 연구소장은 치형 설계 전문가로 치형을 일반적인 도면이 아닌, 수식으로 표현하는 분"이라며 "대학시절 미국 나사(항공우주국) 출신 지도교수 아래에서 미분기하학을 깊이 있게 공부했고, 간섭 없는 치형 설계 방식을 도출해 냈다"고 설명했다.
 

제조 장비에서 갓 나와 톱니가 새겨진 기어(왼쪽)와 아직 제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재료(오른쪽) 비교./ 사진=더벨


에스비비테크의 도약에 송현그룹도 힘을 보탰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이자 에스비비테크의 모회사인 '케이피에프'의 열처리 기술이 2세대 감속기에 적용됐다. 계속해서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이다 보니 금속 열처리가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재무 융통성이 확대된 점 역시 긍정적이다.

2000년 설립된 에스비비테크는 지난달 1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설립 초창기 볼펜에 들어가는 볼과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베어링 등을 주력으로 생산했고, 2010년 감속기 개발에 성공했다. 상장에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644.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액은 밴드(1만100원~1만2400원) 최상단인 1만2400원으로 확정, 총 223억원을 모집했다. 


"하모닉 감속기로 글로벌 탑티어 기업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다. 지금까지 갖춘 기술을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만큼 꽃피우는 시기만 남았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시점에 도달하면 지금 계획하는 매출과 손익 규모는 자연스레 실현될 것이다."

송진웅 에스비비테크 COO(사진)는 4일 경기도 김포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송 COO는 류재완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 11월 합류해 올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까지 IPO(기업공개) 전 과정에 힘을 보탰다. 이에 앞서 2019년 4월부터 1년간 CFO로 재직하며 상장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한일무역분쟁 계기로 주목, 송현그룹과도 시너지효과

송 부문장은 에스비비테크가 송현그룹에 편입된 2018년 이후 합류한 인물 중 한명이다. 2세대 하모닉 감속기 개발을 주도한 류 대표와 김형모 CTO 역시 각각 2018년과 2020년 차례로 에스비비테크로 적을 옮겼다. 2013년 국내 최초로 하모닉 감속기 개발에 성공하며 이미 자체 기술력을 갖췄던 에스비비테크는 새 주인을 맞아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라탄다.

송 부문장은 "2010년대 이부락 전 대표가 하모닉 감속기 개발에 성공했지만 지속적인 기술적 진보를 위해선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했다"며 "열처리 단조 기술력을 보유한 KPF를 자회사로 둔 송현홀딩스와 연이 닿으며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부문장은 에스비비테크의 감속기 제조 기술력이 글로벌 업체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톱니바퀴의 이가 얼마나 간섭 현상없이 맞물리느냐에 따라 감속기 성능이 좌우되는데 이를 구현하는 최적의 치형 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 시장 기준으로 독자적 치형 설계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에스비비테크를 비롯해 일본의 '하모닉 드라이브'와 '니덱심포', 중국의 '리더드라이브' 등 총 4개로 추산된다.

에스비비테크의 감속기가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9년 경이다. 당시 화두로 떠올랐던 한일무역분쟁이 단초가 됐다. 정부가 부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수요 기업과 부품 제조 기업을 연결하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펼치면서 매출 실현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방위 산업으로도 보폭을 넓혔다. 국가적 전략 자산이다 보니 국산 부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감속기 전체 매출액 중 40%가 방위 산업에서 발생했다.


송 부문장은 "하모닉 감속기는 원래 미국의 한 엔지니어가 타원과 원형의 반복 구동이 감속을 구현하는 매커니즘에 대해 등록했던 특허"라며 "일본 하모닉 드라이브가 그 특허를 사서 처음 제품화했고 이후 50여년간 시장을 지배해 왔는데 2012년경 원천 특허가 풀리면서 본격적으로 여러 업체가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감속기 매출 도약 자신, 내년 베어링부문 추월할 듯"

송 부문장은 2024년 연 매출액이 4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작년 전체 매출액(67억원)과 비교하면 앞으로 3년간 500% 수준의 매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당장 내년엔 감속기 매출액이 현재 캐시카우인 베어링부문을 추월할 것이라 가늠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액의 20%에 그쳤던 감속기 매출은 올 상반기 기준 35%대까지 상승했다.

감속기 사업 전략은 크게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분류된다. 산업 분야는 공장 등 생산 현장에 쓰이는 로봇 메이커를 대상으로 감속기를 국산화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부품 수리라는 부가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서비스 분야는 물류 등 사람과 공동 작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영역에 주목하고 있다. 올초 특정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서비스 로봇에 탑재되는 표준 구동 모듈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자율주행차 시장의 개화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자율주행 환경에서 운전자는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워진다. 주행 중에 반드시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시트를 뒤로 회전시키는 등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동작 구현이 가능하다. 실제 최근 완성차 업체에서 감속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이에 대응해 에스비비테크도 제품을 시연했다.

송 부문장은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게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여나갈 저장계획"이라며 "현재 평균 8주 수준의 빠른 납기와 커스터마이징 역량 등 에스비비테크만의 경쟁력을 토대로 시장 점유율을 신속히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출처 : 더벨 김소라 기자)


더벨 - 국내 최고 자본시장(Capital Markets) 미디어 (thebel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