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계로봇연맹이 공개한 '월드 로보틱스(World Robotics) 2022'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수요는 역대 최고 수준인 51만7000대를 기록했다. 협동 로봇은 3만9000대로 전년대비 50% 성장했으며,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의 8%를 차지했다. 서비스 로봇도 전년대비 37% 수요가 증가했다. 에스비비테크(389500)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에스비비테크는 보다 정교한 움직임의 로봇을 추구하는 현 시점에 가장 특화된 기업이다. 에스비비테크의 주력품 중 하나인 감속기는 '로봇의 관절'을 담당한다. 모터 출력만으로 제어가 어려운 로봇을 감속시켜 정밀한 동작을 수행토록 한다. 로봇 시장의 확대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서울시 마곡 소재의 에스비비테크 연구소에서 류재완 대표이사를 만나 앞으로의 성장 계획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핵심 기술로 대기업 고객사 보유
에스비비테크 사명 중 비비(BB)는 볼·베어링(Ball&Bearing)을 의미한다. 회사 초창기에는 볼펜에 들어가는 볼 제작 사업을 시작했으며, 볼을 활용해 베어링을 만들었다. 특히 주로 반도체용 진공 로봇에 들어가는 초박형 베어링을 국내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면서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 2013년 유일하게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경쟁사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것도 가능하다. 납기 기한도 12~16주로 짧다. OEM 방식의 기존 경쟁사들을 앞서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커스터마이징을 하면서도 납기가 짧다는 부분은 굉장히 큰 매력이다.
하모닉 감속기는 에스비비테크의 핵심 역량이다. 감속기는 로봇의 다양한 부품 중 하나다. 모든 분야의 로봇에 쓰인다. 특히 로봇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30~40%에 달하는 핵심부품이다. 에스비비테크의 정밀 감속기 제품 브랜드인 'ROBO DRIVE'는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 기준으로 독자적 치형 설계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에스비비테크를 포함해 일본의 하모닉 드라이브와 니덱심포, 중국의 리더드라이브 정도다. 이러한 기술력을 토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한화디펜스, 현대로보틱스 등 대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서울 마곡 소재 에스비비테크 연구소 내 전시된 로봇 = 박기훈 기자
◆ 방산 분야 감속기 매출 '두각'
"최근 방산 분야 트렌드가 소형 경량화 위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저희 감속기에 대한 니즈가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관련한 개발이 계속해서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 증권가에서 가장 '핫이슈'는 누가 뭐래도 사우디다. 네옴시티를 시작으로 사우디 관련 수주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제2의 중동붐이 건축 분야를 넘어 방산과 기계, 로봇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기계, 로봇도 사우디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사우디향 무기 수출 금지는 한국 제품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사우디의 움직임은 산업 설비, 기계, 로봇 분야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점에 있어 생산 라인용 로봇뿐만 아니라 방산쪽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에스비비테크가 타 관련 기업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에스비비테크의 총 매출 중 방산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다. 감속기 부분 매출만 놓고 보면 방산 분야의 비율은 50%가 넘는다.
"감속기 관련, 현재 방산 부분에 가장 많은 물량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방산 부분은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국산품을 사용해야 하는 요구가 많이 있는 시장입니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현재 방산 쪽 물량이 지금 일반 산업용보다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에스비비테크의 감속기는 자체 치형 기술을 통해 무기체계에 맞게 변형시킬 수 있어 기관포가 장착되는 무기 시스템에는 거의 다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갑차다. 최근 원격조종무기체계(RCSW)가 국산 무기의 대세로 자리했다. 영상을 보면서 상하좌우로 기관포를 움직이는데 있어 관절역할인 감속기는 필수다.
◆ 자동차·의료 등 고객사 확장 '박차'
에스비비테크는 국내 굵직굵직한 로봇 전시회의 단골손님이다. 그만큼 기술력이 부각받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상장 후 참여한 '2022 로보월드', '대구국제로봇산업전(ROBEX 2022)' 등에선 더욱 두각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기존에는 열심히 고객을 찾아가면서 영업을 했다면, 이젠 거꾸로 저희들에게 찾아와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본인들의 사업분야에 하모닉 감속기가 적용이 가능한지 문의하시는 고객들이 늘어났습니다. 최근 모 기업의 경우, 저희들이 직접 방문해 저희 제품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실제로 어떠한 부분과 매칭이 가능한지에 대한 기술 영업도 진행했습니다"
에스비비테크는 기존에 없던 산업 시장 전반에 로봇용 감속기 공급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류 대표에 따르면, 감속기는 로봇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동화 기계 전반적으로 널리 사용된다. 최근 감속기가 요구되는 대표적인 분야가 치의학 분야다.
실제 최근 치과에서 임플란트 등을 제조할 때 예전처럼 특수물질을 이에 씌워 본을 뜨는 것이 아닌, 3D 스캔 후 미니CNC를 이용해 바로 제조한다. 미니CNC 한 대에는 필수적으로 서너개의 감속기가 투입된다. 현재 에스비비테크는 국내 미니CNC 업체에 납품을 진행 중이다.
에스비비테크는 현재 감속기를 이용한 구동 모듈도 개발하고 있다. 감속기 자체로는 구동 능력이 없다. 에스비비테크는 감속기에 모터와 센서까지 결합한 자체 구동 모듈을 통해 고객사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감속기에 모터와 제어기를 부착해 로봇 관절을 만드는 셈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에서의 문의도 급증했다. 자율주행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모듈 부분에서의 성과는 더욱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행이 자유로워지면 운전자의 활동또한 자유로워진다. 이를 통해 시트를 뒤로 회전시키는것과 같은 다양한 동작 구현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해당 동작 구현을 위해 모터와 감속기를 결합한 제품은 필연적이다.
"현재 아우디 같은 글로벌 차량 업체의 경우, 핸들에 모터와 감속기를 부착해 조향을 보조하는 액티브 프론트 스티어링(Active Front Steering) 시스템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향후 자율주행 알고리즘 부분에서 인증을 받게 된다면 바로 자율주행 부분으로의 진출도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모닉 감속기 외에도 장고형 웜(Hourglass worm)을 통한 포트폴리오도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장고형 감속기는 그 치형의 형태가 워낙 복잡하고 가공이 힘든 부분이 있다. 에스비비테크는 기존 하모닉 감속기 기술을 접목해 장고형 감속기 치형 설계 기술도 확보했다.
"장고형 감속기는 2배 이상의 동력 전달 능력이 있습니다. 즉, 일반 감속기 대비 2분의 1 크기로 같은 힘을 전달할 수 있어 소형화가 가능해집니다. 특히 자동차 부품의 경우엔 중량이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현재 저희의 장고형 감속기는 자동차 핵심 부품 업체와 같이 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에스비비테크는 이밖에도 유성기어 감속기, RV 타입 감속기 등의 추가 개발을 통해 다양한 고객사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 "로봇 시장 확장, 수혜 자신…내년 단납기 체계 구축"
"저희를 믿고 계신 주주분들을 위해 회사 실적을 통한 우상향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습니다. 로봇 시장 내 부품 업체로서 충분히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에스비비테크가 그동안 '축적의 시간'을 보내왔다면 올해부터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류 대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이 지난해 실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내년은 올해 보다 2배 이상의 매출과 함께 BEP(손익분기점) 이상의 수익을 자신했다.
로봇 시장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이기에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된다. 전통적 산업용 로봇이 주를 이뤘던 지난 시간과 달리 협동 로봇이 세상에 나오면서 로봇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됐다는 점은 에스비비테크에게 호재다.
"로봇을 개발하는 엔지니어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협동 로봇은 이제 시작점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성장이 더욱 기대됩니다. F&B(주류·식음료), 물류 등 기존에는 없던 시장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로봇이 활성화 된다면 로봇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로봇 시장이 커질수록 저희같은 부품 회사는 당연히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에스비비테크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고 있다. 현재 '이름만 들으면 다 안다'는 업체들에 샘플 공급을 진행 중인 에스비비테크의 본격적인 결실을 맺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에스비비테크는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1차적인 설비 투자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 안으로 납기일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는 체계 구축으로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현재 글로벌 감속기 시장 1위 업체인 일본의 하모닉 드라이브사의 경우, 납기가 최대 1년여 정도 걸린다는 것이 류 대표의 설명이다.
"내부 공정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짧게는 4주, 길게는 6주 내에 납품할 수 있는 그런 체계를 지금 구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초단납기 시스템을 해외에서도 대응할 수 있게끔 철저하게 준비 중입니다. 저희의 장점인 커스터마이징과 단가, 여기서 더 짧아진 납기부분을 통해 못해도 하모닉 감속기 부분 세계 3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 삼성전자 스마트 공장 우수 기업 선정 '로봇기업 중 유일'
한편 에스비비테크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렸던 '2022 스마트제조혁신대전'에 참가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센터 지원 우수 5개 기업 대상으로 선정돼 그간 스마트공장의 사업성과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였다. 선정 기업 중 로봇 관련 기업은 에스비비테크가 유일했다.
에스비비테크는 앞서 지난 2019년 삼성전자의 '소재·부품·장비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제1호 기업으로 선정된 후 2년 여간 진행해왔다. 이에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찜한 기업'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올해는 구축된 시스템에 적응하는 시간을 보냈으며 내년 초 다시 관련 신청서를 제출 후 진행을 이어갈 계획이다.
(출처 : 2022.12.08 프라임경제 박기훈 기자)